사실 제가 시계를 아예 안 차서요. 이렇게 화려한 시계를 차본 건 처음인데, 왜 패션의 완성이 시계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셔츠를 입고 소매를 걷으니까 스타일링이 완성되는 느낌이더라고요. 주얼리와 워치를 함께 스타일링한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무엇보다 몸에 이렇게 많은 금을 두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더 글로리〉 파트 2가 공개되기 전, 모든 걸 아는 입장에서 그간의 수많은 ‘궁예’와 ‘뇌피셜’을 어떤 기분으로 관전했나요?
파트 1의 대사나 복선을 찾아 결말을 추측한 글이나 영상을 봤는데요, 굉장히 그럴싸해서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시청자분들의 상상력이 상당히 풍부하시더라고요.(웃음) 저희도 촬영할 때 결말을 모르고 했는데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을 도출해낸 것도 놀라웠고요.
출연한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잘된 게 처음이라 모든 반응이 너무 신기해요. 해외에 있는 친구들한테도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현지 사람들이 저를 안다고요. 역할이 크든 작든 참여한 작품이 잘되면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손가락에 건 가장자리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옐로 골드 소재 비제로원 락 펜던트 네크리스 1천2백30만원, 옐로 골드 소재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비제로원 락 브레이슬릿 2천6백80만원, 중지의 오픈워크 나선형 로고의 옐로 골드 소재 비제로원 1밴드 링 1백56만원, 약지의 가장자리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엘로 골드 소재비제로원락4밴드링 1천3백40만원 모두 불가리. 코트 질샌더 by 분더샵. 슬리브리스 톱 르메르.
‘바둑을 두는 성형외과 의사, 아버지를 아프게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랑하는 여자의 복수를 돕는 망나니가 되는’. ‘주여정’은 설정이 굉장히 많은 캐릭터였죠. 각본으로 ‘여정’을 처음 마주했을 때 어땠나요?
대본에 결말이 나와 있지 않아 매 신이 수수께끼 같았어요. 캐릭터에 대해 물음표가 너무 많아 김은숙 작가님에게 여쭤봤더니 “뒤에 다 나와. 걱정하지 마”라고 하셨어요. 그 말씀 하나 믿고 결말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하기보다 눈앞에 놓인, 그날그날 주어진 신에만 집중하려고 했죠. 시청자에게도 ‘여정’이 알 듯 말 듯 신비롭게 다가가길 바랐어요. 멜로 신에서조차 너무 과하지 않게, 그렇다고 표현에 너무 인색하지도 않게 연기를 해야 했죠. 촬영 초반에 (송)혜교 누나 그리고 감독님, 작가님과 상의해서 그 수위를 조율해나갔어요. 대부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이뤄진 것들이 많았는데, 합을 맞춰가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원래 계획보다는 즉흥성을 선호하는 편인가요? 인터뷰 시작 전에도 날것 그대로의 답변이 좋아 질문지를 미리 받아보지 않겠다고 했죠.
맞아요. 그래야 좀 더 열린 생각과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어요. 거기에서 오는 자연스러움을 선호하기도 하고요. 연기에 정답은 없지만 여러 시도를 하며 답을 찾아가는 모험을 즐기는 편이에요. 물론 결말이 정해져 있으면 기대에 부응하긴 쉽겠죠. 반면 감정 표현의 폭이 줄어들 수는 있는 것 같아요. 모두 장단점이 확실하죠.
그래서 결말을 모른 채 연기했던 ‘주여정’은 정답에 많이 가까워져 있던가요?
나쁘진 않았다?(웃음) 사실 작품이 공개될 때마다 늘 아쉬움이 남아요. 예를 들어 ‘동은’에게 몇 년 만에 문자가 오는 신이요. 그땐 최선을 다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니 ‘간절했던 마음을 좀 더 담아볼걸...’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굉장히 좋았죠. 가해자 형, 누나들처럼 티격태격하고 싸우는 신을 안 찍었어서 잘 몰랐는데 제가 제3자 입장에서 보는 신이 있거든요. 주여정 성형외과에서 ‘연진’과 ‘혜정’이 기싸움 하는 신인데, “컷!” 소리가 나자마자 엄청 화기애애하더라고요. 서로 걱정해주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와, 진짜 연기 괴물들이구나’ 하고 느꼈죠. 사실 부러운 마음도 들었어요. 저는 항상 ‘동은’을 한 발짝 멀리서 바라보고, 정신적으로 서포트해주는 인물이었다면 다른 분들은 직접적으로 대면해서 싸우고, 감정 표현도 치열하게 하고 그러잖아요. 저에게도 가끔 그런 신이 있었거든요. ‘재준’과 자동차 앞에서 붙는 신도 있고. 그렇게 직접 대면하는 신을 찍을 때 은근히 좋았어요.(웃음)
‘재준’을 너무 가볍게 제압해서 속 시원한 신이기도 했죠. 김은숙 작가도 현장에 방문했나요?
저희 집 스튜디오 신 때 오셨어요. 제가 잘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이것저것 물어봤더니 “너무 잘하고 있다”는 말씀만 남기셨어요. 지금 이대로만 하라고.... 그래서 저도 작가님만 전적으로 믿고 “오케이,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그냥 이대로만 합니다. 후회하시면 안 돼요!” 했죠.(웃음)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로즈 골드 소재 비제로원 락 펜던트 네크리스 1천20만원, 가장자리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로즈 골드 소재 비제로원 락 브레이슬릿 2천6백80만원, 약지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로즈 골드 소재 비제로원 락 2밴드 링 1천2백40만원, 소지의 로즈 골드 소재 불가리 불가리 링 1백58만원 모두 불가리. 가죽 재킷 마르니.
많은 걸 배웠어요. 아무래도 매체 연기는 무대 연기와 달라서 동선이 자유롭지 않아요. 앵글이 정해져 있으니까요. 그 안에서 최소한으로 움직이며 최대한의 에너지를 뽑아내야 하는 게 늘 힘들었거든요. 혜교 누나는 그걸 정말 잘하는 배우예요. 표현을 하지 않아도 감정이 너무 잘 전달되는. 좀 모순적이긴 한데 ‘이게 진정한 연기 고수구나’ 생각했죠.
‘동은’이 유독 그런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정적이지만 모든 걸 표출해내는. 여성 캐릭터를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는 역할을 잘 맡는 것 같아요.
지금껏 그런 역할만 맡았죠.(웃음) 실제로도 책임감이 강한 것 같긴 해요. 하다못해 친구들과 놀러 가도 제가 다 리드하죠. 그래서 책임감과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을 자주 들어요. 밥 해서 먹이는 것도 좋아하고요. 배우 허준석 형도 저희 집에 와서 콩나물불고기랑 된장찌개 먹고 갔고요, 저희 회사 본부장 형에게는 파스타도 해줬어요. 아, 요리를 잘하는 건 아니고요, 그냥 맛을 낼 줄 아는 정도예요.(웃음)
아무래도 연기할 때는 감정을 표출하는 일이 잦다 보니 집에 오면 백지상태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평소에는 과묵하고 감정 기복도 적은 편이에요. 외부 충격에도 타격을 덜 받는 편이고요.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거든요. 지금도 〈더 글로리〉로 잘되고 있고 저도 이상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언젠간 하산을 해야 하는 시점이 올 거라 생각해요. 급하게 굴러 떨어지면 안 되니까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죠. 그러고 나면 다시 현재에 집중하고요.
동료들에게도 따끔한 충고를 자주 해주는 편이라고요.
동기나 친구, 주변 동료들이 저에게 고민 상담을 자주 해요. 근데... 제가 온화하게 위로를 해주는 성격은 아니라서요.(웃음)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직설적인 화법을 자주 쓰죠. 그러다 보니 가끔 상처받고 돌아가는 친구들도 있고요.(웃음)
사실 제가 MBTI를 안 하고 있었는데 요즘엔 처음 만나면 대화의 시작이 MBTI더라고요. 저도 혜교 누나가 물어보셔서 처음으로 해봤어요. 세 번을 했는데 세 번 다 다른 게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불신이 커졌죠. 근데 ‘T’가 ‘Thinking’ 맞죠? 그럼 T는 맞을 거예요. 이성적이라고 나왔었거든요. 사실 더 높은 퍼센트를 차지할 뿐이지 저도 때에 따라 달라요.(웃음)
생각해봤는데 잘 모르겠더라고요.(웃음) 왜일까요?
잘생겼는지는 잘... 연기를 잘하는 것도 사실 잘 모르겠어요.(웃음) 그게 다 함께 작업한 상대 배우의 힘 덕분인 것 같아요. (고)민시와도 그랬고, 혜교 누나와도 그랬고... 제가 인복이 있나 봐요. 거기에 베스트 테이크를 뽑아내주시는 감독님, 연기를 뒷받침해주는 카메라 무빙, 목소리와 딕션이 선명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마이크 세팅, 잘생겨 보일 수 있게 만드는 조명 하나, 반사판 하나가 모여 이도현이라는 배우의 연기가 완성됐죠. 저 혼자 뛰어나서 잘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상대 배우와의 케미스트리는 직접 만들어가는 거잖아요?
워낙 대화하는 걸 좋아하고,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걸 잘해서 그런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요. 이 사람은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친화력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제가 그렇게 먼저 다가가니까 상대 배우분들도 편하게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요.
목소리 톤도 굉장히 오랜 연습을 통해 만들어진 거라고요.
맞아요. 잘 못 믿으시는 분들도 계신데 이거는 정말 나중에 방송에 나가게 된다면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전화 연결이라도 해서 입증하고 싶어요.(웃음) 제 고등학교 친구들이 목소리가 왜 바뀌었냐는 말을 정말 많이 하거든요. 그만큼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하며 많은 트레이닝을 거쳤고 다양한 발성법을 터득했어요. 그래서 원래 목소리가 아예 안 나오는 건 아니거든요. 근데 이제 메인으로 쓰는 소리가 이 톤으로 고착된 거예요. 까부는 캐릭터를 맡게 된다면 예전 목소리로 연기할 수도 있겠죠. 캐릭터마다 목소리 톤을 달리할 수 있다는 게 어떻게 보면 무기가 된 셈이죠.
블루 다이얼이 돋보이는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의 불가리 불가리 워치 6백70만원, 불가리 로고를 오픈워크 세공한 화이트 골드 소재 비제로원 뱅글 6백65만원, 화이트 소재의 불가리 불가리 링 1백71만원 모두 불가리. 데님 셔츠 렉토.
평생 안고 가야 될 숙제인 것 같아요. 숙제지만 수수께끼를 풀듯 즐겁게 할 수 있는. 최근 영화 〈파묘〉에서 대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췄어요. 그런데 ‘연기라는 게 경력이나 연륜이 쌓인다고 해서 쉬워지는 게 아니구나, 간단해지는 게 아니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도현 씨는 대본 분석을 어떻게 하는 편인가요?
책상에 딱 앉아서 ‘자, 이제부터 분석을 해보자’ 하고 공부하듯이 하는 편은 아니고요. 온갖 일상에서 영감을 받을 때마다 수시로 메모를 해요. TV를 보다가도,누군가어떤행동을했을때도제가맡은배역과연결될수있겠다싶은건 모두 적어요. 그래서 가끔은 정말 심각한 상황에서... 이를테면 엄마와 싸우다가도 ‘화가 나는 감정 중에 이런 것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어요.(웃음) 최근에 적은 메모는 “그래, 후회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해”였어요. 〈파묘〉 현장이었던 것 같아요. 긴장을 너무 많이 한 데다 의욕은 또 앞서서 생각만큼 실력 발휘가 안 됐던 것 같아요. 그때 적은 메모예요.
네. 드라마 〈나쁜엄마〉를 촬영하며 라미란 선배님과 함께한 감정 신이 있었어요. 눈물이 떨어지지 않고 그렁그렁한 정도까지만 표현하고 싶었는데 엄마(라미란) 눈만 마주쳐도 눈물이 나는 거예요. 그때 선배님이 “울면 어떡해! 눈물도 컨트롤할 줄 알아야지”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끝까지 잘 안 되더라고요.(웃음) 테이크 새로 갈 때마다 계속 울었어요. 그래서 “컨트롤 좀 해” 이렇게 메모했어요. 다음 작품 때는 감정을 단계별로 잘 조절하고 싶다는 욕심이 더 생겼죠.
10년 후엔 어떤 역할을 맡는 배우가 돼 있을까요?
10년 뒤면 39살이네요.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스펙트럼이 더 넓은 배우가 됐으면 해요. 조정석 선배님처럼 실제 나이보다 젊고 발랄한 역할도 맡으면서 박해일 선배님처럼 노인 역할도 소화할 수 있는,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렇죠.(웃음) 지금부터 관리 열심히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