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샷 부르는 핫플 제조기, 비주얼 디렉터 조미연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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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샷 부르는 핫플 제조기, 비주얼 디렉터 조미연

패션 회사의 R&D 업무로 커리어를 시작하며 비주얼을 기획하는 감각을 길러온 비주얼 디렉터 조미연의 커리어 패스는 자연스레 공간으로 향했다. 로우클래식, 에이치픽스 도산, 더 피터 커피, 카페 피크 등 건축 비전공자의 전형적이지 않은 비주얼을 만들어온 조미연식 비주얼 디렉팅의 도.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2.11.13
 

비주얼 디렉터 조미연

비전공자로 시작했지만, 이제 시공부터 마지막에 놓일 오브제까지 공간의 모든 곳엔 비주얼 디렉터 조미연의 손길이 묻어있다. 더 피터 커피, 카페 피크, 에이치픽스 도산, 로우클래식, 오르 쇼룸에 이르기까지. 그의 팔레트는 매일 다채롭게 물든다.
당신의 필드에서 비주얼 디렉터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시공부터 감리, 스타일링에 이르기까지 공간을 만드는 전반적인 일을 담당한다. 쉽게 말해 눈에 보이는 모든 부분을 디렉팅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전문가의 시선에서 클라이언트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여 제시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공간은 건축, 시공, 인테리어 등 각각의 영역이 세분화되어 있다. 그런 모든 요소를 관장한다고 보면 될까?
리모델링이나 건축 프로젝트 같은 경우 파트너로 함께하는 회사가 있다. 비주얼 디렉팅이라고 하면 단순히 그림만 구상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많은데, 건축 소재, 마감재, 컬러와 디테일까지, 설계에 들어가는 세세한 부분에 모두 관여해 총괄한다. 하다못해 건물의 인허가에 대한 사항부터, 대지 면적에 대한 용적률, 소방법 등 비주얼 이면의 것들까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진행해야 한다. 
 
패션 회사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어떤 경험이 당신을 공간으로 이끌었나?
패션 회사에서 옷의 소재와 컬러를 기획하는 R&D 업무를 15년 정도 했다. 특히 업무와 굉장히 밀접한 매장의 구성, 인테리어, 스타일링까지 함께 진행하며 공간에 대한 시각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었다. 그러다 친한 친구의 매장 인테리어를 맡아 진행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구찌가 한창 전개하던 컬러 플레이 방식이나 레트로한 디테일에 영감을 받아 브릭 컬러 카펫, 핑크 컬러의 요소에 식물을 가미하는 식으로 인테리어를 진행했다.
 
더 피터 커피 고재, 고가구, 천장 디테일을 살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더 피터 커피 고재, 고가구, 천장 디테일을 살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우연한 기회로 프로젝트를 진행해본 것과 본업으로 대하는 업무의 강도나 방식 등은 많이 낯설게 다가왔을 것 같다.
그래서 초반에는 거의 온종일 현장에 붙어 있었다. 하나의 공간이 다 완성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봐야 익힐 수 있다는 생각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현장에서 오가는 분들께 눈총을 받았던 때도 있었지만, 현장에서 터득한 것이 많았다. 현장에 가지 않는 날에는 눈만 뜨면 관련 자료를 디깅하고 찾아보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자료란 자료는 모두 찾아봤을 정도다.
 
에이치픽스 도산이나 로우클래식과 같은 국내 상업 공간을 주로 진행해왔다. 이 공간들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작업기를 들려준다면?
에이치픽스는 가구 매장이지만 갤러리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클라이언트의 요청이 있었다. 가구를 판매하는 매장에 가보면 눈앞에 의자, 침대, 소파 등 여러 가구가 펼쳐져 있어 내가 원하는 제품을 찾아가게끔 만드는 구조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거다. 이런 평면적인 공간 자체를 갤러리처럼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공간 구성을 다르게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의도적으로 콘크리트 기둥을 더하거나, 공간을 구분하는 요소를 더해 가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이 공간의 포인트였다. 매장 안에서 원하는 가구를 보러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동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모든 가구를 감상할 수 있는 일종의 시퀀스를 만들었다. 또 다른 포인트는 실제 미술 작품을 함께 진열해두는 것이었다. 미술 작품을 갤러리에서만 볼 수 있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실제 공간 안에 가구와 작품이 자연스럽게 놓여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가구를 보러 왔다가 아름다운 작품도 보고 또 그것이 매출로도 이어질 수 있는 방안까지 자연스레 의도했다. 
오르 ‘투영하다’라는 콘셉트로 구현한 쇼룸. 건축, 인테리어, 브랜딩을 총괄했다.

오르 ‘투영하다’라는 콘셉트로 구현한 쇼룸. 건축, 인테리어, 브랜딩을 총괄했다.

단 하나의 작업물로 당신을 대표해야 한다면 어떤 작업을 꼽을 수  있을까?
에이치픽스 도산을 꼽고 싶다. 150평 남짓한 대형 공간을 진행한 첫 프로젝트였고, 여러모로 내게 터닝 포인트가 돼준 작업이었다. 갤러리라는 큰 콘셉트 안에서 건축적 요소를 살려 설계했고, 공간 안은 집의 내부를 표현한 공간, 바깥에서 집 안을 바라보는 구조로 구현한 공간, 갤러리 본연을 표현한 공간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연출하고자 했다. 
로우클래식 돌이라는 소재와 가구 등의 한국적 요소를 물성에 담아 브랜드의 태생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로우클래식 돌이라는 소재와 가구 등의 한국적 요소를 물성에 담아 브랜드의 태생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패션 분야에 시즌별로 두드러지는 트렌드가 있는 것처럼 공간 비주얼에도 유행을 선도하는 흐름이 있어왔다. 비주얼 디렉터로서 체감하는 동시대 트렌드가 있다면?
한동안 내추럴한 것이 강세였다가 얼마 전까지는 ‘미드센추리’라 칭하는 모던한 비주얼이 트렌드였다. 그리고 다시금 정제되고 시크한 분위기의 공간이 주목받는 것 같다. 하지만 공간마다 개성이 뚜렷한 곳이 많아지면서 이제 인테리어 트렌드라는 경계 자체가 희미해졌다고 본다. 오히려 공간을 바라보고 소비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변화하고 있는 것에 눈길이 간다. 실험적인 도전을 하는 공간을 보고 과거에는 거부감을 주로 느꼈다면,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모습으로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요즘 팔리는, 사랑받는 비주얼엔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나?
예를 들어, 자연을 강조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브랜드라면 공간의 작은 요소에도 자연과 관련된 오브제를 두거나 공간 연출을 함으로써 브랜드의 본질을 보여주려고 할 것이다. 이런 본질적인 코어가 있어야 소비자가 공간 너머의 브랜드에 궁금증을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공간을 다녀온 후 ‘거긴 어떤 제품을 파는 곳이었지? 공간의 분위기만 생각나는데’정도의 감상이라면, 그건 성공적인 공간 비주얼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브랜드는 지속 가능한 운영 방식을 고민하지만, 한편에서는 포토존을 앞세운 팝업 스토어가 매일같이 열린다. 그 모습이 퍽 모순적인데, ‘인스타그래머블’이라는 단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일회성 공간이 무분별하게 생겨났다 사라지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게 당연히 여겨지면서 브랜드 입장에선 만들 수밖에 없을 거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인식이 생긴 시대이니 말이다. 대신 팝업 스토어를 한 번 만들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유연한 자세를 가지고 임했으면 좋겠다. 자극적인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공간 디자인도 리사이클링할 수 있다는 새로운 방법을 업계에 제안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에이치픽스 도산 평면적인 디스플레이에서 벗어나 가구를 감상하게 하는 시퀀스로 구현한 매장.

에이치픽스 도산 평면적인 디스플레이에서 벗어나 가구를 감상하게 하는 시퀀스로 구현한 매장.

최근 본 비주얼 중 신선하다고 느낀 것이 있다면?
얼마 전에 코펜하겐을 다녀왔는데, 거기서 느꼈던 대니시 디자인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가의 좋은 가구를 모시듯이 두고 사용하는 편인데, 그들이 가구를 대하는 방식은 사뭇 달랐다. 칼한센앤선 의자가 공공장소에 놓여 있을 정도로 일상에서 밀접히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무척 놀랐다. 실제로 덴마크 사람들은 첫 월급을 받으면 사고 싶었던 의자를 산다고 하더라. 이사를 가더라도 처음 샀던 그 가구를 소중히 챙기는 마음이 대니시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투영돼 있다.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더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의식하게 되는 비주얼도 있나?
금호 알베르에서 진행한 탬버린즈 팝업 스토어 공간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위안’이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공간 구성부터 브랜딩까지 너무 잘돼 있었다. 웅크린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 거대한 크기의 인스톨레이션, 향으로 풀어낸 제품, 음악 등 모든 게 콘셉트 안에서 유기적으로 구성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알베르 위 공간은 뚫려 있어 비가 오는 날에는 그 인스톨레이션도 고스란히 비를 맞게 되는 구조다. 비 맞은 인스톨레이션의 모습이 좀 더 사실적으로 다가왔다는 누군가의 감상 후기를 보고 과연 공간의 구조와 날씨까지 의도해 만들었을까 싶더라. 여러모로 영리하게 잘 만든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카페 피크 텍타의 가구로 구성한 공간답게 뮤지엄의 조형물에 영감받은 구조물을 제작해 매장 중앙에 배치했다.

카페 피크 텍타의 가구로 구성한 공간답게 뮤지엄의 조형물에 영감받은 구조물을 제작해 매장 중앙에 배치했다.

비주얼 디렉터로서 늘 새로운 결과물을 선보여야 한다는 강박은 없나?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왜 이렇게밖에 못 했지?’라고 자책하게 되는 순간에 강박이 생기더라. 누군가 잘 만들어놓은 공간을 보면서도 감탄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탓하게 되는 것 같고. 이런 순간을 이겨내기 쉽지 않지만,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으면 결국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편, 잘 만든 결과물에 보내주시는 칭찬과 피드백을 들을 때면 언제 힘들었냐는 듯 뿌듯함을 느낀다. 힘들지만, 결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것이 비주얼 디렉팅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힘든 만큼 느끼는 보람도 큰 법이니까. 비주얼 디렉터로서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지금까지는 시공부터 스타일링까지 세세한 부분 하나까지 관여해왔는데, 앞으로는 큰 방향성을 잡는 일에 좀 더 집중하려고 한다. 비주얼 디렉터로서 남들보다 앞선 제안을 하려면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는 것은 물론이고, 컬러나 소재를 사용하는 방법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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