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트 가격미정, 드레스 가격미정, 타이츠 가격미정, 부츠 2백70만원 모두 미우미우.
전부 작년쯤 촬영을 마친 작품이에요. 쉬는 동안 쿠팡이츠 알바하는데 갑자기 관심이 빵! 얼떨떨했죠.(웃음) 너무 신기한데, 지금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으려고요.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요. 요즘 저는 제가 누구인지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해외 네티즌 대상의 〈오징어 게임〉 인기 캐릭터 투표에서 당신이 맡은 ‘지영’이 3위를 차지했어요.
세상에나, 3등! 해외에 가야겠어요. 너무 감사하네요. 저도 ‘지영’을 너무너무 사랑하지만 그 이상으로 사랑해주셔서 행복해요.
‘지영’ 캐릭터는 원래 대본에서 남자였다가 여자로 바뀐 거라면서요?
그랬죠. 남자였다면 익숙한 러브 라인이 나왔겠지만 여자였기 때문에 사랑과 우정의 느낌을 동시에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지영’이 남자였다면 제가 남장을 하고 나오지 않았을까요?(웃음)
앳되고 천진한 인상인데 묘하게 달관한 느낌이 듭니다. 산전수전 다 겪고, 나름의 사연도 있을 것 같아요. 〈오징어 게임〉의 ‘지영’과 〈어른들은 몰라요〉의 ‘세진’도 꼭 그런 사람 같았죠.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딨겠어요.(웃음) 사람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공허함을 채우며 살아요. 부모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게 사람이잖아요. ‘세진’과 ‘지영’은 그 공허가 같았죠. 둘 다 사람이 필요한 인물이에요. ‘지영’은 스스로 무엇도 갈망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단 한 번 자신에게 손 내밀어준 ‘새벽’을 위해 죽을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사람이 그리웠기 때문이겠죠. 저도 제 안의 공허를 채우는 시기여서, 캐릭터를 실감 나게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블라우스 4백29만원, 플리츠스커트 2백62만원, 타이츠 가격미정, 슬링백 1백51만원, 귀고리 1백80만원 모두 프라다.
안 한 게 없어요.(웃음) 재밌어서요. 작은 역할이라도 잠깐의 순간에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연기의 어떤 점이 그렇게 재미있어요?
진짜로, 연기할 때는 재미있지 않은 순간이 없어요. 매번 다르고, 공부해도 끝이 없죠. 사람을 공부하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사람들이 다 비슷해 보여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잖아요. 처음 캐릭터를 분석할 땐 대본에 있는 사실만 일단 모아요. ‘여자다, 몇 살이다, 어떤 일을 몇 년간 했다’. 그런 다음 제가 궁금한 걸 하나하나 채워나가죠. 이 작업을 다 마친 뒤, 마지막으로 캐릭터의 열망과 결핍에 다가가요. ‘이 사람은 뭘 열망할까? 어떤 공허를 가지고 있을까?’ 하고요. 둘 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들키기 싫어하는 부분이죠. 하지만 난 그걸 연기하면서 파헤칠 수 있다구!(웃음)
감독들은 이유미의 순수한 얼굴에서 역설적으로 어떤 광기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와 〈박화영〉의 비행 청소년, 드라마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의 폭주하는 스토커 등 ‘센’ 역할을 주로 맡아 거침없이 연기했어요.
피 분장, 땀 분장, 먼지 분장 전문 배우죠.(웃음) 그러고 보니 화면에 예뻐 보이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네요. 저는 어려서부터 잘 참는 아이였어요.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아이 특유의 절제와 예의가 몸에 배어 있었죠. 스스로의 감정을 털어놓기 시작한 것도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함께 연기한 하니 언니와 대화하면서부터예요. 언니와 힘든 점을 공유하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을 배웠죠. 이 영화를 찍고 나서 어떤 분이 제게 “이제 네가 좀 편해 보인다”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정말 좋았어요.
〈어른들은 몰라요〉가 배우 이유미에게 제대로 전환점이 됐군요.
맞아요. 〈어른들은 몰라요〉의 ‘세진’을 연기하면서,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비로소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예전에는 이런저런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한 작품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거든요. 그러다 많은 고민거리를 안기는 ‘세진’을 만나고부터 저 자신에 대해서도 고민했어요. ‘나는 어떤 사람인데? 착해야 하고, 나쁜 소리 들으면 안 되고, 밝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여야만 하나?’ 스스로 만들어놓은 제약에서 이젠 많이 자유로워졌고, 저 자신을 좋아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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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저는 항상 작년보다 올해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너무 미미할 때도 있잖아요. 조급했어요.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더 많은 오디션을 보고 미팅해야지, 더 잘해야지’ 그런 생각을 했죠. 조급함을 떨쳐내진 않았어요. 조급하니까 열심히 하잖아요?(웃음) 긴장과 부담을 즐기려 애썼고, 그 덕분에 열심히 꾸준히 해온 거죠.
그리고 마침내 이유미의 때가 왔네요.
2021년에 많은 작품이 나올 예정이라 올해는 이유미의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는데, 세상에나, 이게 무슨 일이니!(웃음) 전 항상 준비돼 있었어요. 언제나 피어나 있었는데 그걸 누가 이제 알아봐준 거라고 생각해요.
최근의 하루를 묘사해줄 수 있어요?
얼마 전 쉬는 날 눈을 떴는데 뭔가 하고 싶은 거예요. 주말 아침에 나가서 롱보드를 3시간 정도 타고, 카페 가서 대본 읽고, 다시 보드 타고 집에 들어와서 기절했어요. 사람들이요? 못 알아봐요. 안경과 모자에 마스크까지 쓰고 트레이닝복 입는데 알아보면 투시 능력이 있는 거죠.(웃음) 저는 제가 성공하길 바라지만, 모든 분이 제 일상을 알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저로서 존재할 수 있는 부분을 잃고 싶지 않아요.
곧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좀비물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도 굉장한 악역을 맡았다고요.
‘지영’은 그렇게 많이 사랑받았는데, 이제 욕먹을 일만 남았어요. 이 드라마 나오면 전 오래 살게 될 거예요. 제 연기를 본 분들이 너무 얄밉다 그래요. “야, 너 진짜, 와” 하고 지나가고.(웃음) ‘사람이라면 이러면 안 되지’ 하는 행동을 이 캐릭터는 해요.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또 사람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인 거예요. 그런 아이러니를 표현하는 게 정말 재미있었어요.
얼마 전 촬영을 마친 영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는 1999년, 뜨거웠던 소녀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이야기라고요. 간단한 내용만 들어도 심장이 뛰네요.
별거 아닌 거에 설레고, 성별은 중요하지 않고, 어떤 것도 정해져 있지 않은, 그런 풋풋한 시기의 사랑 이야기예요. 저도 사랑할 줄 아는데 기회가 없었거든요.(웃음) 이번 작품을 통해 그 갈증을 제대로 풀었어요. 제가 맡은 인물은 엄청난 매력을 발산하는 캐릭터예요. 그리고 이 영화에서 제가 처음 노래를 불렀답니다. 세상에. 잘했냐고요? 영화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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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눈팅하면서 지영-새벽 팬 아트를 다 캡처해놨어요.(웃음) 케미라는 건 상대와 친해지면 생길 수밖에 없고, 여자로서 여자랑 친해지는 건 더 쉬운 일이잖아요. 저는 먼저 다가가고, 친해지는 스타일이에요. 하니 언니랑도, (정)호연이랑도 그랬죠. 이제 곧 제가 남녀노소 케미를 잘 만드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되실 거예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나요?
처절한 로맨스, 완전 코미디, 지구 끝까지 가는 공포물! 공포 영화 진짜 좋아해요. 고어, 좀비물, 오컬트 안 가리고 다 봐요. 킬러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맨날 당하기만 했는데 나도 좀 해보자!(웃음) 아니면 아예 완전 밝아서 주체 못 하는 코미디도 좋아요. 저, 사람 웃기는 거 정말 좋아하거든요
어떤 모습으로도 변할 수 있는 이유미는 어떤 사람인가요?
예전엔 ‘너는 이도 저도 아니고 도대체 어떤 사람이니?’라고 자문하곤 했어요. 저는 이 사람에겐 이런 모습이, 저 사람에겐 저런 모습이 되는 스타일이거든요. MBTI를 해도 I가 나왔다가 E가 나왔다가 해요. 하지만 이젠 내가 어떤 사람이라도 괜찮다는 답을 찾았어요.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 사람. 지금은 이게 제게 가장 좋은 답이고, 저 자신을 더 열심히, 재미있게 살게끔 해주는 답이에요.
당신은 뭘 믿나요?
제가 믿는 건⋯ 이중적 의미인데, 저는 사람을 잘 못 믿거든요. 그런데 믿고 싶어서 믿어요. 사람을 너무 믿고 싶어서. 저는 사람을 정말 좋아하지만 경계심도, 방어적인 마음도 강해요. 하지만 누군가를 믿고 싶어지면, 믿어요. 그 믿고 싶은 마음을 믿어요. 그게 오락가락, 갈팡질팡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제 모습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