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창업했어요! 뉴닉 만든 여자들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Society

친구와 창업했어요! 뉴닉 만든 여자들

우리의 2020년이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가 그린 디스토피아가 되지 않은 건, 인류의 반인 여성들의 배려와 존중 때문이 아닐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서로가 빛을 비춰주자고,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자고 말하는 ‘연대하는 여성들’을 만났다.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0.03.24
 
우리 같이 유식해질까요?
뉴닉 공동 창업자 김소연 CEO & 빈다은 COO
 
요즘 인터뷰나 강연을 정말 많이 하더라고요.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하는 창업자로서, 나이나 성별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나요?
김소연 저희의 서비스나 제공하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하러 간 자리에서 인터뷰 아닌 인터뷰가 훅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요. “몇 살이세요? 대학은 어디 나오셨나요? 졸업은 하셨어요?”라고 묻는 거죠.
빈다은 직접 대면했을 때 불편한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요, 오히려 저희 인터뷰가 나갔을 때 기사 방향이나 댓글을 보며 위축될 때가 있었어요. 나이나 성별, 학력 같은 것이 강조되고 사람들이 반응하는 분위기를 보면서요. 처음 창업했을 땐 내가 어린 여자인 데 대해 겁부터 먹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이 붙은 것 같아요.


대학 동아리에서 만난 인연으로 창업까지 같이 했어요. 시각장애인 안마사분들께 도움을 주는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1년 반 정도 함께 진행했던데, 그때 서로의 인상이 어땠나요?
김소연 그때 ‘빈(빈다은, 뉴닉은 임원 사원 할 것 없이 서로를 닉네임 체제로 부른다)’이 팀장이고 저는 팀원이었는데 정말 많이 놀랐어요. 일기에 썼을 정도였으니까요. “절대 나이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자”라고. 제가 재수를 해서 빈보다 한 살이 많았는데, 저도 모르게 나이에 대한 편견이 있었나 봐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팀원들 사이에서 일을 진행하는데 그 누구보다 열심히, 잘하더라고요.
빈다은 그 후에 ‘킴(김소연)’이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따뜻한 사람이구나’ 생각했어요. 노숙자를 위한 프로젝트였는데, 노숙자분들을 일일이 뵙고 그분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더라고요. 그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팀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진정성이 보였어요. 그리고 보통 경영 전략은 이성적으로 말이 되는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킴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반대 방향에서 아이디어를 던지거나 길이 막혔을 때 유연하게 다른 방향을 제시하더라고요.


김소연 대표는 워싱턴 DC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 뉴닉의 사업 모델을 생각한 걸로 알고 있어요.
김소연 미국의 수도라 그런지 그곳 사람들은 확실히 정치 이야기를 좋아하더라고요. 영어는 노력하면 나아진다고 생각했는데, 정치 이슈 대화는 어렵더군요. 상사를 찾아가 고민 상담을 했더니 미국에는 너처럼 젊은 사람들을 위한 뉴스 서비스가 많다면서 추천을 해줬는데, 그중 하나가 저희가 벤치마킹한 더스킴(theSkimm, NBC 기자 출신 대니얼 와이즈버그와 칼리 자킨이 밀레니얼 여성을 타깃으로 만든 뉴스레터 서비스로 현재 구독자가 700만 명이다)이었어요. 한국에도 이런 시사 뉴스레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주변 친구들을 보면 취업 준비하랴 회사 적응하랴 너무나 바쁜데, 요즘 애들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말을 듣는 게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빈다은 공동 창업자님에게 함께 해보자 제안했는데, 세 번이나 거절당했다고요?
빈다은 처음엔 킴이 하고 싶은 게 정확히 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서 친구들에게 보낸 뉴스레터를 보자마자 ‘이건 우리 세대에 정말 필요한 거구나’ 생각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제 주변 친구들도 우리가 읽고 있는 뉴스 기사들이 이상하다고 느꼈으니까요. 너무 어렵거나 공감이 안 됐죠. 공부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억지로 소화하는 것에 기성 언론의 페인포인트(Painpoint, 고민점)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비즈니스적 관점으로 접근해보자, 그렇게 겁없이 창업을 한 거죠.


2018년 12월에 론칭해 현재 구독자 수가 14만 명이 넘었어요. 정말 빠른 속도로 성장했는데, 두 사람의 우정은 아직 괜찮나요?
김소연 처음에는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자아와 친구로서의 자아를 엄격하게 구분해서 행동했어요. 많은 경영서가 공과 사를 분리하라고 조언했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분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인정하게 됐어요. 요즘엔 일적인 대화를 하다가 마음이 상한다 싶을 땐 재빨리 친구 모드로 바꿔서 친절하게 말해요.
빈다은 카페에서 둘이 운 적도 있어요. 사업 방향성을 놓고 치열하게 대화하다 보면 파트너로서는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친구로서는 상처받을 수 있는 말이 있거든요. 이른 아침 스타벅스에서 울다가 눈물 닦고 출근했네요. 하하.


여성이란 정체성이 뉴닉이란 뉴미디어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 어떤 강점을 발휘하던가요?
김소연 여성이란 정체성을 드러내지는 않아요. 저희 기사엔 ‘고슴이’라는 고슴도치 화자가 있으니까요. 다만 기사를 작성할 때 감수성이 굉장히 높은 것 같아요. 소재를 선정하거나 표현을 고를 때 ‘좋은 의심’을 많이 하죠. 내부 가이드를 하나씩 쌓아가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성 소수자를 다룰 때 써도 되는 단어와 쓰면 안 되는 단어, 여성에 관한 기사에서 신분이나 직업을 밝히면서 ‘여-’를 붙이는 것과 안 붙이는 것의 차이 같은 매뉴얼을 만들죠.


벤치마킹한 더스킴은 구독자의 80%가 여성이잖아요. 뉴닉은 어때요?
김소연 뉴닉의 현재 구독자 성비는 6대 4 정도예요. 6이 여성, 4가 남성이죠. 더스킴을 벤치마킹하긴 했지만, 저희는 그 길을 똑같이 가고 싶진 않아요. 그들은 밀레니얼 여성 직장인을 타깃으로 정하고 전형적인 페르소나를 만들었거든요. 창업자들과 같은 ‘백인 여성 중산층 직장인’의 말투가 때로는 너무 격식 없이 수다스러운 인상을 줄 때도 있고요. ‘왜 젊은 여성은 이런 사안에 대해 깊이 알고 싶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 ‘왜 이런 어휘를 쓸 수밖에 없지?’ 하는 불만이 구독자들 사이에서 생긴 거죠. 저희는 처음부터 타깃을 여성에 한정하지 않고, 밀레니얼 세대 전반으로 잡았어요. 내 주변 친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죠.


팀원들의 성비는 어떻게 되죠?
김소연 의도한 건 아닌데, 10명 중 네 사람이 남성이네요? 대부분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이고요. 저희는 입사 지원서를 받을 때 사진은 물론이고 나이, 성별, 학력을 기입하지 말라고 해요. 그 사람의 업무적 능력도 보지만 지원 동기를 중요하게 봐요. 감사하게도 함께 일하는 분들이 하나같이 능력이 대단하세요. 그런데 이렇게 미래가 불안한 스타트업에 들어왔다는 건, 뉴닉이 추구하는 가치를 알아서겠죠. 뉴닉은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게 정말 즐거운 사람들이 만들어요. 억지로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죠. 가장 즐거운 건 구독자의 피드백을 확인할 때고요. 모두 ‘뉴니커(뉴닉의 구독자)’ 출신이라 가능한 분위기 같아요.


뉴닉의 10년 후는 어떨 것 같아요?
빈다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나이 들며 관심사도 바뀔지, 아니면 계속해서 지금의 타깃 연령층을 만족시킬 수 있는 뉴스를 계속해서 만들어낼 수 있을지요. 어쨌거나 뉴닉이 우리 세대의 필수재처럼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넣고 다니는 미디어가 된다면 좋겠어요. 구독료가 나가도 그건 기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서비스로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친구와의 창업’, 추천하나요?
빈다은 사업 파트너는 단순히 기능적인 관계가 아니라 좋은 친구가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걱정을 미리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저희는 시험의 고비를 여러 번 넘겼고, 다행히 아직까지는 좋은 친구 사이예요.
 

 
about 뉴닉(NEWNEEK)
“우리가 시간이 없지, 세상이 안 궁금하냐!”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시사 뉴스레터. 월·수·금요일 아침마다 이메일로 배달되며, 바쁘지만 세상이 궁금한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말랑말랑한 일상의 언어로 재미있게, 피부에 와닿게 뉴스를 전한다. 2018년 12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후 현재 구독자 수는 14만 명. 기존 뉴스레터의 경우 메일을 열어보는 개봉률이 대부분 한 자릿수에 머물지만, 뉴닉의 평균 오픈율은 4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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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프리랜스 에디터 김가혜
    photo by 우상희
    hair & makeup 이소연
    Digital Design 조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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