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명만 골라! 짝사랑남 편
잔소리 대마왕 남사친. 얘 옆에 있으면 나 원래 진짜 꼼꼼한 스타일인데 슈퍼 허당 된 기분이야. 귀에서 피가 날 정도의 잔소리가 끝나면 꼭 이 한마디가 붙는다. "네 걱정 해주는 거 아니다." 나는 부른 적 없는데 등굣길에도, 하굣길에도 돌아보면 늘 얘가 있어. 특히 어딘가 넘어지거나 부딪힐 때쯤 되면 꼭 주변에 있다가 낚시하듯 낚아챈다. 도시어부야, 뭐야?

이재욱
요리, 피아노, 일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완벽남이지만 내 앞에만 서면 어째 눈도 안 마주치고 말 한 마디 없어진다. 친구들한테는 다정하면서! 나 싫어하나 봐. 근데 이상하다. 어제 샴푸 없냐고 물어볼 때는 비누 하나 휙 던지고 말더니 오늘은 왜 아로마 향초까지 챙겨왔지? 제대로 처음 눈 마주쳤는데, 갑자기 내 주변 삼박자가 아주 조화로워졌다. 온도, 조명, 습도, 그리고 너…?

현빈
나만 따라다니는 옆집 동생. 본인 피셜 상남자. 사슴같이 맑은 눈으로 웬 상남자냐고, 웃겨서 몇 번 놀렸더니 정색한다. 문제는 하나도 안 무서움. 본인한테 불리한 상황 생기면 애교 만렙으로 대처하는데(나한테만), 동네 사람들 얘 좀 보세요! 이렇게 애교가 많아요! 오늘도 약속 늦어서 화나 있었더니 눈 마주칠 때까지 쳐다보다가 "누나, 미안해" 하더니 윙크한다. 너 이 자식...하아… 내 볼은 왜 빨개져?

박지훈
2년째 일하는 바의 동료 바텐더. 이렇게 생겨놔서 찾아오는 여자 손님마다 "여자친구 있어요?" 질문을 받는다. 그때마다 단호하게 "네, 있어요. 2년 전에 같이 일하다 만났어요"를 외치는 그. 내가 알기론 분명 없는데 왜 조래? 일할 때면 손님들 신청곡은 제쳐놓고 늘 내가 좋아하는 노래만 튼다. 단골이나 신경 쓰지, 좀! 영업 끝나고 칵테일 한 잔 만들어 달랐더니, 뜬금없이 ‘P.S. I Love You’를 만들어주는 이 남자. 눈치 없기 참 힘드네!

배인혁
간호사 남사친. 직업이 간호사라서 그런가? 워낙 다정다감해서 같이 다닐 때마다 커플로 오해받는 게 일상다반사. 오늘도 함께 간 동창회에서 대체 언제 사귀는 거냐며 한껏 놀림당했다. 너 때문에 내 연애길 막힌다며 징징댔더니, 가만히 듣다 멈춰 서서 묻는다. “내가 그렇게 별로야?” 잠깐, 이런 골목길에서 이런 아이 콘택트는 좀 반칙인 거 같은데. 나대지 마, 심장아.

김민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