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래지어로부터 해방을
친구 한 명도 얼마 전 노브라를 선언했다. 선언 이후 처음 그녀를 만나는 날이었다. 장소는 신사역 8번 출구. 가로수길로 쏟아져 나오는 인파들 가운데, 검정 반팔 티셔츠 위로 유두가 ‘까꿍’ 하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남의 유두가 이렇게나 반가울 일이던지! 그녀는 만나자마자 대뜸 말했다. “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자신의 유두를 가리키며) 이걸로 누구 팬 적도 없는데(노브라 일지 1편 참고), 왜 패드라도 덧대고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나 명색이 트위터 페미 전사인데, 반성했잖아.”
그 친구는 시작부터 좀 쎘다. 하필 노브라 이틀째 날, 회사로 출근한 그녀가 하필 또 회의의 발표자였다. 당당히 노브라로 프로젝트 빔 앞에 선 그녀. 알다시피 빔 조명 앞 유두는 훨씬 더 도드라지는 법이다. 다행히 여자가 절대 다수인 조직, 그날의 회의 참석자는 다행히 사원부터, 대리, 과장, 차장, 부장까지 죄다 여자였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노브라인 여자는 그녀 한 명이었다. 더구나 노브라로 PT에 나선 건 회사 역사상(?) 그 친구 하나였다고. 그녀가 발표를 마치고 회의가 끝나갈 무렵, 노브라가 화두에 올랐다. “00씨, 혹시 노브라?”라는 질문이 나온 것. 다행히 그녀는 야유 대신 박수를 받았다고 했다. “00씨, 멋있다”, “용기 있어”, “본받아야 해” 같은 찬사와 함께.
이거다. 근 4년 만에 우리는 같은 여자끼리라도 “어우~”라는 야유가 익숙하던 시절을 지나, “그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변화를 이뤘다. 이제 좀 더 나아가도 될 것 같다. 박수 보내는 걸 넘어 너도 나도 함께 노브라에 뛰어드는 여성들. “안 해보니 편하더라”를 넘어 안 함으로써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하는, 나아가 세상의 시선을 바꾸는 여자들이 많아지기를.
여러분, 우리 브라자 풀고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