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를 입지 않던 친구들조차 내게 슈트에 대해 물어오기 시작했다. 시작은 <미스티>의 ‘고혜란’. 자기 관리에 완벽한 앵커, ‘고혜란’ 역을 맡은 김남주가 드라마를 통해 따라 입고 싶은 슈트 스타일을 선보이면서부터다. 그녀의 슈트는 월가의 비즈니스맨들이 매일 아침 생기 없는 얼굴로 걸치는 유니폼과는 달랐다. 단아한 베이지색부터 화사한 스카이 블루, 화려한 버건디, 스마트한 네이비색 핀스트라이프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단지 회사의 드레스 코드에 맞춘 ‘출근용’이 아니라는 것. 스스로를 위해 입고 호쾌하게 즐기기 위한 옷이다. 대낮에 활기를 더하는 옷차림이지만, 해가 없는 시간일지라도 은은한 조명을 배경으로 우아하게 드레스업하기에도 조금의 모자람이 없다. 드라마에 이어 슈트 스타일링 팁을 얻을 수 있는 곳은 바로 스트리트. 패션 피플의 슈트 룩을 관찰하고 키워드로 정리했다. 바야흐로 슈트의 시대니까.
#COLOR
1 마이크로 미니 선글라스로 스타일에 방점을!
2 레드를 활용한 톤온톤 스타일.
3 핫 핑크와 레드의 강렬한 조화.
먼저 색감을 살펴볼까? 스트리트의 헤로인들은 마카롱이나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파스텔컬러나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강렬한 레드나 핑크를 선택했다. 여기에 비슷한 색감의 다른 아이템과 같이 매치해 톤온톤 효과를 연출했다. 예를 들면 레드 톱 위에 핑크 슈트를 더하거나 푸른 잉크처럼 선명한 이너웨어 위에 스카이 블루 슈트를 입는 식이다. 그렇다고 모든 아이템을 한 가지 색깔로 강박적으로 매치하면 곤란하다. 지루하지 않게 가방이나 신발은 대비되는 컬러를 선택하자.
#CHECK
1 그레이 슈트가 지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2 베레로 귀여운 슈트 룩을 완성한 엘리노라 카리시.
3 페르닐 테이스백의 선택은 그레이 체크 슈트.
올해 가장 뜨겁게 떠오른 체크무늬의 인기를 슈트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플레이드 체크나 윈도페인 등 선과 색이 잔잔한 체크 슈트는 데일리 아이템으로 손색이 없는 데다 때에 따라 따로 활용할 수도 있다. 같은 체크 패턴 슈트라도 투박한 대디 스니커즈 혹은 앞코가 잘 빠진 펌프스로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라진다. 체크무늬의 더블브레스트 슈트는 특히 마르거나 빈약한 체형을 보완해주는 기능도 있으니 기억하면 좋다.
#PATTERN
1 이국적인 프린트를 이용한 슈트 룩.
2 버클 벨트를 더한 점에 주목하자.
3 패턴의 대비를 이용한 캐롤라인 이사의 슈트 룩.
체크가 너무 클래식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안도 있다. 식물 모티브의 패턴에 주목해보자. 계절과도 맥락을 같이하는 패턴이니만큼 자주 손이 갈 것이다. 꽃이나 나뭇잎, 혹은 페이즐리 등의 패턴이 큼지막하게 들어간 슈트를 입을 때 기억해야 할 점은 다른 아이템의 색이나 무늬는 절제해야 균형이 잡힌다는 사실.
#SILHOUETTE
1 슈트 안에 탱크톱을 매치했다.
2 베이지 슈트에 레몬 컬러로 상큼함을 더했다.
3 셀린느의 담요를 액세서리처럼 팔에 걸친 헤드비 옵스헤우.
한편 실루엣은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로워졌다. 어깨나 소매, 바지통은 따뜻한 봄바람이 술술 통할 정도로 넉넉하다. 다만 여기에도 선은 있어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듯한 외양이 되지 않으려면 티셔츠나 셔츠는 딱 맞게 입는 게 바람직하다. 스포티즘의 영향으로 티셔츠로 끝나지 않고 아예 가슴 밑으로 밑단이 달랑 떨어지는 크롭 톱을 매치해 젊고 발랄한 에너지를 표출하는 방법도 있다.
이브 생로랑이 1966년 르 스모킹 룩을 디자인한 이후, 여성 슈트가 빠르게 퍼지게 된 시기는 1980년대였다. 커리어 우먼이 일터에서 슈트를 입기 시작한 때다. 권리를 찾기 위함이었단 점에서 슈트는 정치적인 옷차림이었고, 어깨가 단단한 슈트는 남성의 체형을 닮아 있었다. 슈트를 입은 여성은 세상과 싸우는 사람들을 의미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여성의 권리 신장은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올봄 여성들이 슈트만큼은 좀 더 말랑말랑하게 즐겨보길 권한다. 봄이 한창이고 마침 봄 같은 슈트가 세상에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