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알아야 할 '결정'의 기술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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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알아야 할 '결정'의 기술

부당한 대우를 받아 항의했을 때, “감정적으로 굴지 말라”라는 충고를 들은 적이 있는가? 같은 상황에서 남성이 그랬다면 여성과 똑같은 말을 들었을까? 직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결정을 촉구할 때마다 “여자는~”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편견에 시달린 적이 있다면 주목하자. 코스모가 전문가와 함께 여성에게 필요한 ‘결정’의 기술을 알아봤다.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18.02.15



여성은 감정적이다?  

야후의 전 CEO 마리사 메이어가 지난 2013년 야후의 전일제 재택 근무 결정을 폐지한다고 발표했을 때, 그녀는 언론의 따가운 비난을 한 몸에 받아야 했다. 미디어와 대중은 메이어가 여성에게 등을 돌렸다는 비판을 쏟아내며 그 결정을 의아하게 여겼다. 반면 일주일 후 같은 정책을 발표한 베스트바이 CEO 유베르 졸리의 결정은 일회성 단신으로 나가는 데 그쳤다. 구글 부사장, 야후 CEO 등 성공 가도를 달리며 승승장구하던 메이어는 현재까지도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미국의 인지심리학자 터리스 휴스턴은 책 <왜 여성의 결정은 의심받을까?>(문예출판사)에서 메이어와 졸리의 사례를 인용하며 여성은 남성에 비해 결정 능력이 떨어지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사회적인 편견이 만연해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예일 대학교 경영대학 사회심리학자 빅토리아 브레스콜의 실험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브레스콜 교수는 실험 참가자에게 여성과 남성 지원자의 입사 면접 태도를 평가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면접 중 똑같은 방식으로 분노를 표현한 남성·여성 지원자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랐다. 남녀 참가자들은 모두 분노를 표현한 여성을 ‘통제력 없는’, ‘자질이 부족한’ 사람으로 평가했고, 남성 지원자보다 더 낮은 점수를 줬다. 여성의 결정에 대한 관습적인 의심이 얼마나 빈번한지 알 수 있는 결과다.  


미국 시카고 로욜라 대학교 사회심리학 박사이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18년간 젠더 정책과 리더십을 연구한 김양희 젠더앤리더십 대표는 여성의 의사 결정이 의심받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여성은 리더로서 부적절하다’, ‘여성은 감정적이다’라는 의견은 리더십의 성차를 입증하는 객관적인 자료에서 나온 게 아니라, 통상적인 고정관념입니다. 의사 결정자로서의 여성을 경험한 적이 별로 없고, ‘의사 결정’에 관한 기존 인식이 남성 중심이기 때문이죠.” 김양희 대표는 실험실에서 상황을 인위적으로 설정하고 연구했을 땐 리더십의 성차 문제에 대해 고정관념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나타나지만, 실제 조직 현장에서 연구했을 땐 그러한 성차가 지지되거나 나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여성의 결정을 신뢰해도 좋은 이유   

여성의 결정에 회의를 품는 대표적인 이유는 여성이 남성보다 직관적으로 사고한다는 편견 때문이다. 여성은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자신의 감정이나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이유 때문에 직관적으로 결정하고, 남성은 수치와 그래프, 도표로 입증되는 객관적인 사실을 비교 분석해 논리적으로 접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고정관념은 과학적으로 사실일까? 눈치챘겠지만 답은 당연히 ‘아니오’다. 남성과 여성의 의사 결정 유형을 비교한 연구 논문에서 미국 리즈 대학교의 크리스토퍼 앨린슨 교수와 존 헤이즈 교수는 남성과 여성은 비슷하게 직관적이거나 경우에 따라 분석적이라고 말한다. 터리스 휴스턴은 이 ‘직관’을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해선 결정한 일에 명확한 피드백을 주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남성이 여성보다 더 결단력이 있다’라는 주장 역시 입증된 바 없다. 미국의 심리학 박사 로버트 루는 모든 사람이 가끔은 어떤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느끼지만, 대다수의 남성과 여성은 어렵지 않게 자신에게 필요한 결정을 내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의사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은 각기 다른 강점을 발휘한다.  2013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발표한 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뇌에는 ‘정보처리 센터’ 역할을 하는 회백질이 여성의 6.5배인 반면, 여성의 뇌에는 정보처리 기능을 촉진하고 연결시키는 백질이 남성의 10배에 달한다. 또한 여성은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신경 다발이 남성보다 10% 더 굵다고.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남성이 단순한 정보처리에 기반한 의사 결정에 강하다면, 여성은 서로 다른 정보를 통합한 의사 결정에 강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자신감은 의사 결정의 중요한 도구다  

터리스 휴스턴과 김양희 대표 모두 의사 결정자로서 여성을 보는 방식과 여성의 실제 의사 결정 능력이 일치하지 않는 사회적 현실을 여성들 스스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을 어렸을 때부터 ‘주체적인 존재’로 키우지 않고 ‘객체화’하는 문화에서 여성 스스로도 수동적인 정체성을 내면화했거나 훈련이 덜 돼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을 낯설게 느낄 수도 있기 때문. 즉 리더가 된 여성은 외부의 편견, 그리고 스스로 만든 내면의 장벽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 인식을 관리하거나 불식시키기 위해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의사 결정에 관해 여성에게 적용되는 잣대를 거두려면 우선 자신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위험 감수와 젠더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매사추세츠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줄리 넬슨은 특히 남성의 성비가 월등히 높은 업계에 종사하는 여성이라면 자신이 의사 결정을 할 때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사와 동료로 하여금 알게 하라고 조언한다. 만약 여성이 위험을 감수한 일의 결과가 부정적일 때를 대비해 침묵한다면, 그 결정에 대한 비판은 물론 여성이 남성 지배적인 업계에 적응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까지 함께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감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휴스턴은 의사 결정을 하기 전까지는 선택지를 비교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자신감을 잠시 감추고, 최종 결정을 내린 후 다른 사람에게 그 결정을 공표할 때 자신감을 드러내라고 말한다. ‘자신감’을 물리적으로 드러내는 방법엔 두 가지가 있다.첫째로, 목소리를 낮춰 얘기할 것. 연구에 따르면 목소리를 낮출 경우 발화자가 스스로 더 많은 권위를 느끼고 자신감이 넘치며, 추상적으로 생각하기가 수월해진다. 실제로 영국의 전 총리 마거릿 대처는 낮은 목소리가 권위를 느끼게 한다는 이론에 대한 과학적 확증이 있기 전에 이미 음조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발성 지도를 받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데 효과를 봤다. 



좋은 의사 결정이 훌륭한 리더를 만든다

김양희 대표는 의사 결정이 요구되는 상황을 다양한 측면에서 파악하고 있음을 나타냄으로써 단편적·감정적이라는 인식을 먼저 불식시키라고 조언한다. 또 데이터와 통계 등의 자료를 통해 당신이 어떤 사실에 기반하고, 누구의 의견을 참고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렸는지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 단·장기적 리스크와 결과를 예측하고, 위험 요소의 대안을 제시하며 그에 대한 책임을 언급하는 것도 필요하다. “자신 있게 의사 결정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리더로서 ‘혁신적인 사고를 하려고 노력한다’와 같은 자신만의 철학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합니다.”자신에게 아직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더라도, 리더의 입장에서 그의 마인드로 업무와 조직 현황을 살피며 영향력 있는 리더십을 준비하자. 김양희 대표는 조직 내의 의사 결정권자를 만나 그들 입장에서 관찰하고, 간접경험을 통해 꾸준히 시뮬레이션해보는 것이 여성들에게 좀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중요한 의사 결정은 리더 한 사람이 혼자서 고민하고 내리는 게 아닙니다. 다양한 정보와 사람들의 의견을 취합해 종합적인 그림을 그린 후 결단하는 거죠. 따라서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을 다지는 데도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는 걸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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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류진
    사진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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