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없이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일이 당신의 꿈이 될 겁니다”
Mentor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
순수한 열정이 운명을 만든다
23년간 기자로 일했던 서명숙은 오랜 직장 생활로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하기 위해 산티아고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의 고향 제주를 떠올리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그리고 운명처럼 여행 중 만난 낯선 영국인에게서 길을 만들어보라는 조언을 듣는다. 하지만 주변의 반응은 냉랭했다. 관광의 대가였던 한 사람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은 돼야 가능한 얘기라며, 그녀의 계획에 재를 뿌렸다. 하지만 그녀는 꿋꿋했다. 2007년 7월 길 탐사 작업을 시작으로 그녀는 콘크리트 포장을 반대하는 ‘안티 공구리 정신’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제주 올레를 만들어나간다. 3년 동안 코스를 하나씩 낼 때마다 정부 보조금 9백만원을 지원받은 게 전부였지만, 자원봉사자들과 직접 손으로 다져가며 길을 만들어냈다. 이때도 그녀는 친환경 소재의 표지를 사용하는 원칙은 잊지 않았다. 그렇게 크고 작은 파도를 넘은 끝에, 그녀는 26개의 제주 올레 코스를 완성할 수 있었다. “제주도 전설에 제주도 오름을 만들고 용천수와 한라산도 만들었다는 설문대 할망에 관한 이야기가 있거든요. 그래서 문득 ‘설문대 할망이 제주도민을 위해 뭘 해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나를 발탁해 이런 일을 하게 한 거 아닐까’라는 미신적인 생각을 하기도 하죠.” 그녀가 신기하다고 느낀 건 이뿐만이 아니다. 올레길을 만들면서 난관에 부딪쳐 새로운 길을 열지 못할 때마다 하늘에서 지시를 내린 것처럼 돈이든 사람이든 도와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녀가 제주 올레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성시킬 수 있었던 건 누가 봐도 낮았던 성공 가능성이나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길을 만드는 일 자체가 너무 재미있고 꼭 하고 싶다는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남다른 열정에 끌린 사람들이 올레 스피릿에 공감하며 한둘씩 모여들면서 더 큰 에너지가 모이게 된 것이다. “세 사람만 간절히 원하면 우주에서 에너지가 모여든다고 하는데, 여러 사람이 하나의 꿈을 집단적으로 꾸니까 그 에너지가 얼마나 컸겠어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더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누군가의 가슴과 머릿속에 남을 수 있으려면 진정성을 담아라
그녀는 올레길을 만들 때 어떻게 만들어야겠다는 구체적인 스토리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가 길을 찾을 때 중요한 원칙으로 삼은 것은 오로지 사람이 걷기에 가장 좋은, 좁은 길, 오솔길, 풍광이 예쁜 길이었다. 심지어 수익을 위해서 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누가 얼마나 올 건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예측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대대적인 관광 개발로 훼손되는 제주도의 자연이 안타까웠고, 사람들이 천천히 걸으면서 제주의 속살을 그대로 봐주기를 바랐다. 이런 그녀의 마음이 깃들어서일까? 그녀가 만든 길 위에서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 등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 제주 올레길은 여행에 대한 생각 자체도 바꿔놨다. 여행을 가도 숙제하듯이 관광지만 찍고 돌아오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주 올레길을 걸으면서 자신과 대화하며 마음을 치유하는, 가슴과 머릿속에 남는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그녀도 여행을 가면 사진을 많이 찍지 않는다. 여행지 자체에 경탄하다 보면 사진 찍을 타이밍을 놓치거나 사진 찍는 것 자체를 잊어버릴 때가 많기 때문이다. “여행이라는 것은 어떤 장면이 가슴속에 남는 거예요. 그런 명장면을 사진으로 찍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평생 기억하게 되는 장면 중 하나죠. 정말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건 어떤 거대한 사원이나 건축물만이 아니거든요. 이렇게 오감으로 체험한, 그래서 자기 감각에 저장된 여행을 해야 하죠.” 그녀는 자신이 만든 올레길도 목표 지향적으로 걷는 걸 지양한다. 올레라는 길 자체가 관광지의 성격이 전혀 아닌데도 산행할 때나 마라톤을 뛸 때처럼 거의 앞만 주시하면서 골인점을 향해서 가는 사람이 보이면, 그녀는 진짜 제주를 느끼고 즐기며 걷는 여행을 하라고 조언한다. 길에서 많이 쉬면서 걸은 시간이 길수록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가슴에 남는 여행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라
2012년 제주 올레길은 일본 규슈에 수출되며 화제를 모았다. 규슈 관광 추진 기구에서 ‘올레길’이라는 이름으로 트레일을 만들고 싶어 먼저 제주 올레에 조언을 요청해온 것이다. 현재 규슈 올레는 모두 12개 코스가 만들어졌으며, 제주 올레는 컨설팅 비용을 받고 코스 개발 자문과 길 표식 디자인을 제공했다. 제주 올레는 단순한 수출 상품을 넘어 자연을 생각하고, 길을 낸 지역과 좀 더 밀접한 관계를 갖고, 그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는 하나의 정신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됐다. 이렇듯 제주 올레가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이 길을 만든 그녀부터 타인의 시선이나 돈, 명예, 주변의 기대, 사회의 통념과 같은 가치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성공하기도 쉽지 않고 성공한다 하더라도 행복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먼저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해요. 그래야 자기가 갈 길을 알고 그 길을 즐거운 마음을 받아들이게 돼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질 테니까요. 설사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행복해질 수 있잖아요. 명품 백을 메고 비싼 브랜드를 입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특히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배려심을 가지는 거예요. 이런 사람이 정말 개성 있는 멋진 사람인 거죠.”
How to Make My Own Story
조금 즉흥적이고 서툴러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면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1 1대가 없이 원하는 일을 해라
제주 올레는 관광지로 개발해 돈을 벌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제주의 진가를 알게 될 사람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무런 목적 없이 그 일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가슴이 벅차는 일을 해야 열정이 발휘된다. 당장은 성과를 내지 못할지라도 언젠가는 빛을 발하게 돼 있다.
2 작은 것부터 시도해라
기자 생활을 그만두려고 마음먹은 순간, 기자 외에 다른 것을 꿈꿔본 적이 없던 나는 인생이 다 끝난 것만 같았다.
하지만 산티아고에 가고 싶었다. 그때부터 그곳에 가기 위해 적금을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산티아고에서 새로운 꿈을 찾아냈다. 작은 것이라도 꿈꾸는 것이 생기고 그 꿈을 시도해본다면 그다음 단계로 이어질 수 있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가슴이 뛸 수 있는 것을 찾자.
3 여행을 떠나라
여행할 때 방랑하는 느낌을 즐기다 집에 돌아와서
일상이 좋다는 걸 느껴보자. 그런 기분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방을 깨끗이 청소하고 가는 것이 좋다. 여행을 다녀와 깨끗한 내 방에서 내 소유의 물건을 다시 만나면 일상이 새삼 다르게 보일 것이다. 여행은 당신의 공간을 새롭게 볼 수 있게 하고 당신의 일상을 리프레시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